고등학교를 마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이라는 곳을 엄두도 못 내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진학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 방송통신대학에 1년 다니다 그만두었다. 지역학습관에 가서 수업을 받아야하는데 직장생활을하다 보니 시간을 뺄 수가 없어서 F학점을 고스란히 받아야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여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다가 뒤늦게 보육교사에 도전하였다. 보육교사를 시작하게 된 나이가 45세였다. 평생교육원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이 아동보육학과를 권유하였는데 다행히 남편이 허락을 해주어서 낮에는 보육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였다.

비록 2년제이지만 대학에 대한 로망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보육교사로 일을 하다가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매스컴에 유보통합이란 말들이 쏟아져 나올 때 어린이집으로 YJ학사고시에서 우편물을 보내왔다. 우편물을 보는 순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비용이 적게 들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첫해는 5월말부터 시작되었다. 모자란 학점을 받느라 사이버강의를 들으며 학점을 이수하고 10월말쯤에 시험을 보게 됐는데 3과목이 탈락되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늦게 시작하여 공부 할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불합격 되었다고 나 스스로 위로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음껏 놀다가 3과목쯤이야 하는 교만함으로 공부를 일찍 시작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어린이집 평가인증과 겹쳐서 인증도 준비해야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마음에 부담감이 많았다.

YJ학사고시에서 배부해준 교재를 보고 강의는 차량 할 때도 듣고, 설거지 할 때도 듣고,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한 해 한 해가 달랐다. 금방 읽었는데 처음 읽는 것 같고, 외워도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다운받아 계속 듣는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사는 듣고 또 듣고 했더니 많이 도움 되었다.
작년에 또 탈락되었다. 국어, 국사 합격, 유아교육론 탈락, 또 변명을 하자면 평가인증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두 번 떨어지니 남편이 비웃었다. 그거하나 합격 못하냐고! 나도 이렇게 또 떨어질 줄 몰랐다. 자만에 빠져 설마 이번에는 합격하겠지 했다. 여태까지 살면서 불합격이란 말을 안 듣고 살아왔는데 독학사에선 두 번째 불합격이란 명예를 받았다. 솔직히 열심히 안 한 것도 있지만 아침 8시전에 출근해서 집에 오면 7시~8시가 다 되어간다. 해도 해도 끝없는 집안일도 해야 하고 TV드라마의 유혹으로 한 시간 정도 보고 나면 공부를 길게 못했다. 공부를 시작하고 한 시간 쯤 앉아 있으며 졸음이 쏟아졌다.

1년 만에 독학사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기본 머리도 좋았겠지만 봄이면 벚꽃구경, 여름이면 바다, 가을이면 단풍구경 등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 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시간은 흘러 본전 생각도 나고 저질러 놓은 독학사 공부를 마무리는 해야 될 것 같고, 1과목쯤이야 어떻게든 합격하리라 생각하고 YJ학사고시 책을 여러 번 정독하고 노트에 요점정리를 하였다.
요점 정리한 것을 휴대폰으로 음성 녹음을 하여 듣기 시작하였다.
듣고 또 들었다. 시험을 두 번 쳐보니 책에서 보지 못한 문제가 있어서 굳이 100점을 받아야겠다면 조금 더 확장해서 공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무난하게 통과만 하겠다면 YJ에서 배부한 책 위주로 여러 번 보면 될 것 같다.

나처럼 50이 넘어서 공부를 해야겠다면 다운을 받아서 계속 듣는 방법도 좋은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드디어! 53세에 유아교육학사가 되었다. 남편은 이 여세를 몰아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는데 그동안 공부에 대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마음껏 놀지 못해서 좀 놀다가 다시 생각해 보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어떤 사람은 “공부는 때가 있다” 어떤 이는 “늦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았다” 고 하는데 합격이 목적인 공부는 좀 더 일찍 시작해야 될 것 같고, 그냥 습관처럼 공부하는 것은 나이가 상관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