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컴퓨터과학과 249228] 기본서에 충실하고 원리를 이해하세요.

20대 중반에 방송통신대학 전산학과 3학년에 편입학을 했었지만,
첫 과제물을 보고 엄두가 안나서 포기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독학사 , 학점은행등등 주변에서 한번씩은 들어보았지만 남의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2008년, 직장 선배가 독학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번 반쪽자리 학력을 채우고 싶은 욕심에 원서접수를 했지요.
처음엔 참 부푼 마음으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사본과 전문대 졸업증명서를 챙겨서 원서접수를 했었는데,
그 마음과는 달리 4단계 6과목을 공부한다는 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교재를 선택해야 할지도 암담... 그래서 원서만 접수하고 그냥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또다시 부푼 마음으로 이번에는 기필코 시험이라도 보러 가리라 맘을 먹었는데
다시 찾아오는 암담한 마음에 원서만 접수하고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0년 7월, 제게는 기필코 합격해야 할 국제자격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격증의 경력사항에 4년제 학사학위 소지자는 1년 경력을 감해준다고 써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문대졸....

또 다시 학사학위를 취득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2년 간 되풀이 되었던 포기를 이번엔 할 수 없다
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며 도움되는 기관과 학원을 찾아보다가 YJ학사고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담당 선생님인 서선생님과의 상담 후 2마리 토끼를 잡아야한다는 부담에 참 망설였습니다.
12월 4일의 국제자격증 시험과 11월 7일에 독학사 시험..
저는 12월 4일 국제자격증 시험 공부를 위해서 9~10월의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울로 수업을 받으러 가야했기에 8월 한달과 9~10월 평일만이 독학사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공부만 할 수 있는 학생이 아닌 직장인이다 보니 더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담당 선생님의 설득에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선배도 공부방법과 비결을 아끼더니 제가 등록을 했다고 이야기를 하자 본인도 YJ였다고 실토를 하네요.

올 여름 왜 그리 덥던지요....
8월 둘째주부터 6과목의 교재를 받아 들고 함께 온 담당 선생님의 진도표와 공부방법을 흉내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한달 반 정도 지나서 모든 과목의 기본서를 한번씩 읽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방법대로 2번 3번 기본서를 보려는 마음이 조바심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9월 중순께가 되었는데 머릿속에 남는건 없고 시간은 없고 어찌해야하나 망설이다가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답을 체크하고 암기하는 방식으로 계속 문제집에 의존하게 되면서 기본서를 외면하기 시작했어요.
동영상을 볼 시간적 여유도 없고, 주말엔 자격증 공부를 하러 서울에 다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문제집만 3번은 본 것 같습니다.

시험 당일 강원도권 시험장은 참 가족적인 분위기...
딸랑 한 교실에 여러 학과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았습니다.

1교시 국어 2교시 국사를 시작으로 시험을 보기 시작하는데 입가에 환한 미소가 머금어 지면서
올해에 합격하겠다는 감이 오는겁니다. 의외로 고전했던 국어가 너무 쉬웠거든요.
그러다 국사를 풀기 시작하는데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고전을 할만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공과목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집만으로 벼락치기가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제들이
객관식은 물론이요 주관식까지 진을 치고 있는겁니다. 주관식의 탈을 쓴 객관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왜 YJ에서 원리를 이해하라고 기본서에 충실하라고 그리 강조를 하는지 알겠더이다.
나름 백지는 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관식을 나름대로 채워서 내고,
점심을 먹으며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점심 식사후 시험만 잘봐도 승산있다고 다짐을 하고 나머지 과목에 임했지만 역시나 또 원리를 이해하라 기본서에 충실하라는 명언이 뇌리를 스쳐가는 문제들이 쫘~악 깔렸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내년에 잘 봐야겠다. 이제 어느정도 시험의 유형을 알겠다 감을 잡겠다 "
이런 우울하고 좌절된 마음으로 내년 교재는 언제쯤 나오는지, 언제쯤 보내 줄 수 있는지 담당 선생님께 확인한 후,
국제자격증 시험에 올인하던 12월 3일,
당연히 기대도 없이 그냥 점수나 확인하자는 차원에서 합격자 발표를 본 순간
처음에는 역시나 떨어졌구나.. 싶었습니다.

선배에게 떨어졌다고 내년엔 고득점으로 합격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처음치곤 잘한거라고
위로를 받으며 담당선생님께도 교양만 건졌다고 문자를 보내고
오전내내 우울한 마음으로 다음에 있을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 마이~갓~! 눈물나게 좋은 믿기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마음을 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제가 총점제를 선택했다는 것이 뇌리를 스쳐가면서
담당 선생님께 전화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저 아무래도 합격한 것 같다고 제가 총점제를 선택하지 않았냐고 재차 물으면서 두근두근...
혹시 원서 접수할 때 총점제인데 과목제로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

확실히 확인하고 연락을 주시겠다는 담당선생님의 말씀..
그 기다림 속에서도 믿기지가 않아 과목별 합격제로 2번째 시험에서 합격한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지만 선배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여기저기 물어보는 그 순간
합격하셨다는 담당 선생님의 전화가 옵니다.

그렇게 기쁠수가 없습니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다가 붙어버렸으니 기쁨이 2배였습니다.
전 아직도 제가 합격을 한 것이 맞는지 믿겨지지 않아서 담당선생님의 전화를 받고도
저 정말로 합격한 것 맞냐고 재확인을 했습니다.

저는 가정형편상 대학진학을 못하고 92년 상업고등학교 졸업후 직장을 다니면서
정보처리 기능사를 취득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97년 직장을 다니며 야간 전문대 전산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할 때 정보처리 산업기사를 취득하여 일을 하다가 28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상업고등학교 실력에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무모한 시도를 했습니다.

상업고등학교 졸업하신분들은 알겠지만 상업고등학교는 문과 수업 제대로 하지 않지요.
국어, 영어, 국사....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모한 생활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29살에 사생결단을 내린다는 심정으로 시도했더니, 비록 원하던 기관은 아니었을지라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하는 기쁨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현 직장에 전산직으로 근무하면서 경력자로 2006년 정보처리 기사 시험에 합격하여
독학사 시험의 3단계를 패스하고 4단계 최종종합시험만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지요.
현 직장에서 무료로 대학을 갈수 있는 기회는 많이 주어졌지만 제가 원하는 전산학과가 없었고,
왜 그리 하고 싶은 것은 많은지...

다시금 20대 초반에 야간대 다니며 힘들던 시절을 반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와중에
저에게 이렇게 원하는 학과의, 그것도 2개월도 안되는 시간에 학사학위를 취득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무척 감사합니다.

무엇이든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라도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 혼자가는 길보단 옆에서 조언하고 힘을 실어주는 누군가가 함께 있다면
그 길이 지름길이 될것이고 힘겨움이 덜하다는 것을 제 인생을 돌아보며 깨닫습니다.

지금 망설이시는 분들, 저도 했기에 여러분도 충분히 할수 있습니다.
시험장엔 머리가 하얀 나이든 분, 대학생의 어린 친구들을 비롯...
남녀노소 학사학위에 목마른 이들이 참 많더이다.

법학과에 도전하시는 나이 지긋한 노년 신사분을 보니 코끝이 찡하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반 대학만이 이름있는 대학만이 전부가 아닌..
여러방법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할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1년만에 4년제 졸업하고 아낀 학비로 대학원가면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아직 저는 대학원까지는 꿈꾸지 않고 현 학위에 만족합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원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마지막으로 공부하시는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물론 저처럼 턱걸이 합격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시험을 경험한 1인으로 고득점을 원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기본서에 충실하시고 원리를 이해하십시오.

나이 먹는건 슬프지만, 빨리 내년이 와서 학사학위증 받아
인사시스템에 전문대졸 지우고 대졸 기입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