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시작, 희망의 마무리
서울대 학사편입 성공

[2013년 영어영문학사 취득] - 김건우 (수험번호 4311100052)

내가 독학사를 처음 접한 때는 군대에서였다. 제대 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던 나는 대학에 꼭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공부를 다시 하고 싶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뭐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수능을 처음부터 준비 할 엄두는 못 내고 있었기에, 독학사로 1년 만에 학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은 놀라움과 희망으로 들렸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니 와이제이 학사고시가 가장 믿을 만 하다는 생각에 결국 직접 방문한 후 등록을 바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군대 안에서 독학사 공부를 시작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당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황을 하던 나는 삶의 전체적인 방향을 먼저 잡지 않으면 당장 무너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고 틈이 날 때 독학사 공부보다는 철학 책을 읽으며 사색에 빠져 있곤 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제대를 하고 보니 2012년 2월 중순이었다. 3월 중순에 첫 시험이 있었기에 남은 시간은 한 달,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 헐레벌떡 시작했지만 시험을 위해 무작정 암기하는 공부는 너무 오랜만이라 집중도 쉽게 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해 흥미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기존에 대충 공부해 두었던 밑천과 더불어 다행스럽게도 교재에 충실한 결과, 겨우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독학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후,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워싱턴 디씨에서 유학을 하다가 재정적 문제로 귀국 후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입대했던 나는, 독학사를 해야한다는 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교만했다. 솔직히 나에게는 독학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주류에서 비주류가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1단계 결과를 확인한 뒤, 어차피 하게 된 공부라면 일도 하고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다행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NGO에서 활동도 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을 다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교만함이 내려놓아졌고 독학사 공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지만 시간관계 상 시험을 몇 주 남기고 문제집을 읽기 시작하는 것 보다 더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결국 대학교에 가서 하고 싶은 전공 공부가 생겨서 학사편입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내 삶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독학사를 억지로 밟고 지나가야 할 돌계단이 아니라 내 삶에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이자 여정으로 여기게 되었고 이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독학사에 모든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지만 더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역시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었고 내 삶과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고 사랑하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이 달라져 보였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결국 2012년 말, 영어영문학 학사학위를 얻었다. 그러나 마지막 4단계 시험에서 다른 과목은 모두 90점대와 80점 후반대의 점수를 얻었지만 시간을 거의 들이지 못했던 국사 과목을 너무 못 봐서 전체 평균 점수가 많이 떨어졌다. 스스로도 많이 아쉽고 기대하고 계셨던 최형남 선생님께도 실망을 드려 많이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독학사는 여전히 나에게 아쉬움보다는 감사함과 단단한 발판으로 남아서 다음 길을 걸어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긴 시간 동안 나와 함께 해준 와이제이 학사고시와 최형남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나는 최형남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선생님의 공부 방법을 그대로 따라했는데 그 덕분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비교적 좋은 점수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선생님께서 추가로 보내주신 자료들과 격려의 문자들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제 또 다른 목표와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와이제이 학사고시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나의 삶에서 가장 큰 전환기였고 희망으로 다시 시작하는 발판이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