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보내 주시구요. 다시 한번 합격을 축하 드립니다”
YJ에서 온 전화를 끓고 돌아서려는 순간 가슴 한 복판이 뜨끈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정작 합격자 발표날 확인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YJ에서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에 그 동안에 응어리가 눈 녹듯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3년 전
나는 직장에서 학력으로 인해 늘 불안했다. 전문대 졸업도 아닌 휴학이라는 꼬리표와 주위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들의 시선보다 나 자신이 늘 주눅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어느 날 팀장님이 사이버대학이라도 등록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대답은 “예”라고 했지만 그 당시 나는 임신 중이었고(쌍둥이) 혼자 고민을 하다 예전에 들었던 YJ 학사고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회원 가입을 하자 전화가 왔고 상담을 하시는 분이 가정학과를 추천해 주시면서 중.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들이고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
그 후 나는 출산을 했고 한 해가 바뀔 무렵 YJ 에서 2011부터 과목과 내용이 바뀐다며 바뀐 내용의 동영상과 책을 봐야만 합격할 수 있다고 다시 책을 보내 줬다.
학력에 대한 자격지심인지 임신 중 에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고 만삭인 몸으로도 하루 한 시간 씩 운전을 하며 출 퇴근을 하고 야간 까지 일을 했다. 결국 임신중독이라며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을 하라 했고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출산을 했지만 나는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쌍둥이들은 미숙아라서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다. 아이들도 나도 힘든 시기였고 3개월간을 몸조리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를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쌍둥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는 쌍둥이를 봐주시는 관계로 시부모님이 와 계셨고 6시 퇴근을 하면 시부모님 저녁 준비에 하루 종일 밀린 20개가 넘는 젖병소독과 집안일등 쌍둥이 목욕을 시키고 나면 늘 12시가 넘었다. 아이는 2~3시간 간격으로 깨서 분유를 먹었고 겨우4~5시간을 자고나면 또다시 아침과 출근이라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책을 펼쳐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2단계시험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동영상 볼 시간조차 없어서 직장에서 잠시 보려 사이트에 들어갔다가도 동료들이 볼까싶어 얼른 끄곤 했다.
그렇게 동영상도 보지 못한 채 시험을 쳤다. 시험지를 받는 순간 아! 주관식도 있었지 하는 생각과 그때까지도 주관식 배점도 잘 모르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결국 2과목 합격, 충격 이였다.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이거나 공부를 잘 했던 것도 아니 지만 중 고등학교 수준 이라 해서 나름 자신 만만 했던 것도 있고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YJ에서 동영상 강의를 꼭 들어야 합격한다는 말을 무시했던 결과인건지.... 3단계 시험이 다가오자 YJ에선 이메일로 과목별 모의고사 문제도 보내주었다. 동영상강의를 듣고 책을 보니 훨씬 내용이 쉬웠고 이해도 되었다. 그 무렵 시어머님은 도저히 애 둘은 못 보겠다며 가버리셨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었다. 돌도 안 된 쌍둥이를 보면서는 하루 중에 단 십분도 시간이 나질 않았다. 남편도 자영업이라 새벽에나 귀가를 하니 24시간 혼자 쌍둥이와 허덕이며 결국 6과목 중 2과목은 책장도 넘겨보지 못하고 시험을 쳤고 예상대로 4과목 합격을 했다. 내년엔 꼭 전부 합격을 하리라 다짐을 하며 그렇게 시간은 바쁘게 흘러갔고 처음다짐과 달리 시간이 좀 있다는 이유로 매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나태함의 돌멩이를 마음속에 올려놓은 채 결국 다시 5월이 되자 마음만 조급해 졌다. 쌍둥이도 일 년 후면 좀 나아 질줄 알았는데 책을 보고 있으면 와서 다 찢어버리고 볼펜은 뺏어서 책에다 마구 낙서를 하고 그래도 계속 책을 보면 내 눈을 조그만 손으로 후벼 파고 동영상강의를 듣고 있으면 한 녀석은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고 다른 한 녀석은 본체를 아예 눌러서 꺼 버리는 등 도무지 낮에는 볼 수가 없어서 새벽에 조금씩 동영상강의를 듣고 정선문제집을 풀었다. 그렇게 시험을 쳤는데 결과는 또 다시 두 과목이 1.2점차이로 불합격이 되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해 회의가 왔다. 실망. 후회. 자책....
설상가상으로 그 무렵 남편은 나 몰래 주식을 해서 빚을 져 놓고 가게도 넘어간 상태였다. 3단계시험에 원서는 냈지만 시험은 치러 가지 않았다. 시험에 대한 상실감과 남편의 무책임과 배신감은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무언가 가슴 안쪽이 쓰라리고 삶의 모든 것이 싫어졌다. 이대로 끝인가! 포기해야하나... 처음 독학사를 한다 했을 때 주위에서“그거 어려울 텐데”라고 했지만 나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게 나의 오만 이였나.... 나는 그저 학위가 필요해서 어떻게든 합격만 하려는 알량한 욕심이 낳은 정직한 결과인가.... 간간히 들려오는 대학 동기들의 졸업 소식에 나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눈물만 흘렀다.
절망적인 삶속에서도 어린 쌍둥이들은 보이지 않는 아련한 희망이었고 우리의 보금자리였던 나의 쪼매난 성을 팔고 이사를 했다. 마음은 한없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사를 하고나니 다시 시작이라는 의지가 솟구쳤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묻어둔 독학사의 미련이라는 놈이 나를 괴롭게 했다. 무언가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처럼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어 초조한 나날을 보내느니 미련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다시 시작 해보자.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인가! 동영상 강의가 되지 않는다. 몇 번이나 로그인을 해도 종료되었다는 글만 뜬다. 급하게 YJ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자 2년이 지나서 종료가 되었다고 한다. 출산관계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하자 담당 선생님과 의논을 해서 며칠 후 연락을 준다고 한다. 만약 안 된다면 어쩌지? 동영상강의 없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안된다면 어떻게든 생떼라도 써볼까? 걱정스런 며칠 동안 별 생각을 다했다.
다행히 1년 연장을 해 주셨고 시험 준비를 하다 보니 이사하면서 없어진 건지 알 수 없지만 4단계의 책도 2과목이나 없었다. 담당 선생님께 책이 없다고 하자 택배로 보내 주셨고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합격 하세요” 라고 하셨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고 쌍둥이 자는 시간에 틈틈이 동영상강의를 듣고 다시 2단계부터 시작을 했다. 드디어 4단계 시험이 다가 왔지만 시험 3일전 하필 시아버님 생신을 맏이인 우리 집 에서 치르는 바람에 몸살이 왔다. 매일 쌍둥이를 재우고 12시 즈음에서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하니 평소 편도가 남보다 굵어서 피곤하면 목부터 붓는걸 알면서도 잘 견딘다 싶었는데 시험 앞에 몸 관리 제대로 못한 나의 잘못 이였다.
약을 먹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시험 당일은 침을 삼키기도 힘겨웠다. 가장 힘든 오후시간은 열이 오르자 점심도 먹지 못하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로 끝까지 책을 보며 ‘최선을 다해보자’ 라고 나를 다독였다.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도 잠시 뿐. 왜 항상 교실에 앉아 있을 땐 아무리 시험지를 노려보고 생각하려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던 것이 시험장만 나오고 나면 기계가 재 작동 되듯 문제의 답들이 떠오르는지 정말 그때의 심정은 놓친 답들이 너무 아까워서 땅바닥에 떼굴떼굴 구르고 싶은 맘 이였다. 늦게 아이를 둘이나 한꺼번에 낳아서 나의 기억장치에 고장이 난건가. 후회와 안타까움의 연속 이였고 주관식에서 맞는 정답을 답안을 내기직전에 두 줄 빡빡 긋고 고쳐서 틀리는 등 기억나는 것 마다 맞는 것 보다 틀린 것이 더 많았다.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다시 시험을 칠 수 만 있다면......
하지만 독학은 어느 누구도 그 어떠한 것도 우리에게 공부할 시간을 배려해 주지 않는다. 저마다의 힘든 환경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남들이 쉬는 시간 자는 시간을 어렵게 만들어서 활용해야하며 어느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발 표 날!
불합격된 과목도 있었지만 총점합격제로 겨우 합격을 했다. 합격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발표 며칠 후 YJ에서 전화가 와서 축하 한다는 말을 듣자 비로소 눈물이 나는 건 나는 결국 YJ에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걸까..... 담당 선생님께 성적이 좋지 않아 속상하다고 하자 “그래도 연장까지 해서 포기 안하시고 합격하셨잖아요.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동안 많이 힘드셨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고 하시는데 남편도 알아주지 않는 걸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을까? 나는 늘 나 혼자 독학사를 한다고 생각 했는데 이제 보니 YJ는 늘 내 뒤에 있었던 것 같다. 묵묵히 늘 뒤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합격까지 오기를 기다렸는가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YJ는 수많은 합격생들을 기다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