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가정학과 독학사를 최종 합격한 정미화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었지만 위로 오빠 둘 아래로 동생 둘 샌드위치처럼 가운데 셋째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계속할 수가 없어 상업고등학교로 학업을 마쳤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야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을 가려고 해 보았지만 그 당시 야근이 잦은 회사 사정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고나서 야간대학을 가려고 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셋째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또다시 진학의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제 아이랑 조카들을 가르치는 걸 보고 눈높이 선생을 해보라는 권유에 찾아갔다가 조건이 전문대 졸업 이상이라야만 된다는 말에 얼마나 가슴 아파 울었는지 모릅니다.
다 지나간 일들이지만 속옷을 팔아서라도 학교는 보내 주시겠다고 하셔놓고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 절망감 .그때 일을 생각하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3년 전 어느 날 동생들이 찾아와서 와이제이학사고시에 등록을 했으니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은 이룰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편입을 하고 대학생활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사십 대 중반. 새삼 이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미 등록을 한 후라 노느니 이 잡는다고 한번 해보자 생각하고 책을 들게 되었습니다.
살림하랴 아이들 챙기랴 직장생활 하랴 정말 힘들었지만 가장 힘든 건 나이 들어 공부를 하자니 보고 또 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과 공부보다는 드라마와 각종모임에 익숙해져 버린 저의 습관들이었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공부를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네요.
아이들 책 빌리러 도서관엔 갔었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도서관을 찾은 게 얼마 만이던지. 작년에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 와이제이에서 문자랑 이메일로 시험접수 기간임을 여러 번 알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접수를 놓쳐 시험을 보지 못 하는 불상사도 있었고, 와이제이학사고시 교재로 가정학과를 같이 공부한다는 이유 하나로 고사장에서 만난 언니들과도 사귀게 되고, 이번에 함께 합격한 19살 딸 같은 예쁜 아이들도 알게 되었답니다. 벌써 축하 메시지로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3단계를 합격하고 4단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 할 때 총 점제에 대해 상세히 상담 해 주시면서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해주신 와이제이 담당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는 총점제도 가닥이 있는 총점제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소비자론을 강의 해주신 노 경 혜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마음만 조급해지고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동영상 강의가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의랑 같이 책을 보니 그 두껍던 책장이 어느새 제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거관리는 교재랑 정선문제집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학사고시가 있다는 걸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요?
동생들은 편입하라지만 직장을 그만둘 형편도 안 되고 아이를 셋 키우는 저로서는 비싼 등록금도 엄두가 나지 않아 좀 더 일찍 이런 기회가 나에게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루지 못한 꿈은 누구에게나 늘 가슴 한 켠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에 그동안 알고 지내던 와이제이학사고시 공부를 함께 했던 언니가 3단계 한 과목과 4단계를 앞두고 유방암 투병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언니!
꼭 암 이겨내시고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힘 내 세 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