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한 지 어언 20여년! 드디어 학위 취득 종합 시험에 합격을 했습니다. 저는 1986년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셋째오빠가 대학재학중이었는데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정형편이 썩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돈을 벌어 볼까 싶어 조그마한 무역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트로피를 제작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는 등 뚜렷한 목표 없이 나의 스무 살은 그렇게 하릴없이 지나갔습니다.
그 당시 부산 서면에서는 대학생, 시민 할 것 없이 모두 데모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서면 길거리는 최루탄에 비틀거렸습니다.
거기서 본의 아니게 휩쓸리면서 내 젊은 날의 뿌연 안개는 최루탄연기처럼 쉽게 걷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이 지났을 즈음 어느새 부턴가 재수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상위권이었던 저는 문득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과학원을 다닌지 1년 만에 간호전문대학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그리 적성에 맞지는 않았으나 친언니의 권유도 있었고 또 무엇보다 그때 나는 내 인생설계를 할 만큼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었기에 자의반 타의반 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하여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마산에 있는 S종합병원에 전체 2등으로 무척 빨리 발령을 받았습니다. 간호사생활을 하는 내내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자리에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가득 찼을 즈음 다시 서점에서 수능교재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제대로 내가 가고 싶은 학과로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교대의 간호사생활을 하면서 수능 공부를 다시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고 의지도 부족했습니다.
간호사생활에 만족하고 살며 다른 것을 꿈꿀 겨를이 없었을 즈음 창원에 있는 대기업S그룹계열사의 한 회사에서 간호 관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수간호사선생님 및 간호과장님께서 저를 추천하셨고 저는 여러 간호사들을 제치고(다른 병원에서도 젊고 유능한 간호사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 당당히 합격을 하였습니다.
기업체의 간호 관리자는 병원 간호사보다는 시간이 규칙적이고 여유시간이 많았습니다. 2년쯤 지나자 다시 또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야겠다. 수능을 다시 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그때 생각해낸 것이 편입시험이었습니다.
편입학원을 알아보고 편입교재를 사서 보는 등 열망은 있었으나 의지가 부족하여 번번이 용두사미로 교재만 방구석에 쌓였습니다.
사내커플로 제가 다니던 회사연구원과 결혼을 하였고 아들하나, 딸하나 모두 네 가족이 되었습니다.
딸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쯤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영어독서 지도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고 아들과 딸을 가르치기 위해 영어 스토리텔링을 우연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도 영어조기교육열풍이 한참이었습니다.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내가 상당히 영어에 흥미와 약간의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대학원을 가야겠다. 가서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에 독학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거구나!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얼른 YJ학사고시 교재를 구입하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6과목 중 교양2과목과 전공2과목은 아주 쉽게 합격을 하였습니다.
전공2과목 '간호윤리와 법' '간호지도자론'은 3년 과정의 간호대학에서는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생소하여 자꾸만 낙방을 하였습니다.
칠전팔기라고 될 때까지 해보자 싶어 떨어질 때마다 선생님 강의로 책 내용의 흐름을 잡고 교재를 여러 번 반복하여 읽었습니다.
여러 번 집중하여 읽으며 선생님이 강의 때 중요하다고 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암기를 했습니다.
시험 치면서 느낀 것은 이해만 해서도 안 되고 지엽적인 암기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포괄적으로 책 내용의 전반을 이해하고 중요한 부분을 꼭 전체적인 맥락에서 외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재도전하리라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우수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드디어 합격의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대학원 준비를 해볼까합니다.
10년이든 20년이든 계속 도전하는 삶은 아름다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