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영학과 1-4단계 최종합격자 김진호
<1급 시각장애우. 울산대학교 대학원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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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 중에 입대한 나는 눈의 이상으로 전역하여 여러 가지 치료를 다하였으나 결국 눈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꿈 많던 20대 후반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실명}이라는 복병에 기습당하고 나니 충격으로 인하여 3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재활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전공이었던 전자공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방송통신대학 전자계산학과에 편입하였다(1997년).
그 당시 미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많이 사용한다는 소식도 있었고 컴퓨터를 능숙하게 활용하면 시각장애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전자계산학과를 지망했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해 보니 너무 어려웠고 스케줄을 맞추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23년 동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던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은 나도 모르게 수면 아래로 사라져버리고 업무에 바쁘고 생활에 쫓기는 사이 10여년이 또 후딱 지나갔다.
직장이 울산으로 옮겨지고 안정을 찾을 무렵 와이제이학사고시를 알게 되었고 내가 모르고 있던 평생교육 제도와 독학사에 관한 많은 정보들과 함께 학업을 재시도할 수 있는 용기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복지관 운영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 유능한 경영자가 되어 잘 리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하고 공부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각장애우라는 현실적인 걸림돌 때문에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동료학우도 없었다. 혼자서 자유롭게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공부하고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 독학학위제의 장점에 끌려 시작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단점으로 느껴질 때도 많았다. 음성강의를 듣고 있으면 잠은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시험이 다가오면 직장이나 가정에 엉뚱한 일이 생기고, 점자문제를 읽다가 시간부족으로 쉬운 주관식 문제를 놓치기도 하고, 분명히 공부한 내용이 출제되었으나 생각이 안나 못 푼 일, 등등 시험을 치고 나면 자책은 또 얼마나 했던가?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생각을 바꾸었다.
교무처 담당선생님의 격려처럼 공부를 재미삼아 취미생활로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니 여유도 생기고 마음이 편해졌다.
꾹 참고 교재 반복을 계속하니 암기도 좀 되고 시험 보는 요령도 생겨 주관식을 먼저 풀고 나중에 객관식 푸는 방법도 찾아내기도 하면서 꾸준히 연구해 나갔다.
솔직히 나이 많은 시각장애인이 늦깎이 공부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울산에서 부산까지 시험장에 이른 아침부터 동행안내를 해준 자원봉사자들, 또 문제집을 일일이 입력하고 교정해 주신 국립재활원 관계자분들, 시험문제를 풀 때까지 몇 번이고 친절하게 읽어주신 부산학습관의 감독선생님들, 힘들 때마다 격려해 주시고 때맞춰 연락과 문자를 보내주신 YJ학사고시의 최형남 교무과장님에게도 일일이 감사드린다.
오늘 나의 이 기쁜 소식은 모두 여러분의 도움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