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큰 기쁨으로 마무리하며

학교에서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정규 교원이 되기로 결심한 후 진로 설계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 중 대학원 입학처에서 ‘독학사’라는 제도를 소개받고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독학사라는 제도는 그 당시 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던 가장 꿀 같은 것이라 반드시 해야 할 과정이었습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사범대나 교대를 새로 다니기도 그렇고 바늘구멍보다 작은 사대 편입을 준비하기에도 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합격자 배출수가 가장 많다고 자부하는 YJ에 자연스레 상담 신청을 했고 박완익 팀장님과의 친절한 상담 끝에 바로 등록하여 학습 설계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 저는 4년제 공학사가 있어서 1단계 시험 면제였기에 2단계 시험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태한 가운데 보내주신 전공 책만 쌓아놓고 이직이다 뭐다 6개월을 미뤘습니다.
그러다 문득 2단계 시험이 떠오르게 되어 올해 3월부터 부랴부랴 학습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전임강사로 일하면서 퇴근 후 공부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나름의 결단이 매우 필요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하여 1년 안에 해내보자라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습니다.
제일 처음 책을 폈을 때 그냥 흘려보냈던 시간들과 그래도 영어를 놓지 않고 꾸준히 했으니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자만했던 제 자신이 너무 후회되고 안타까웠습니다.
영어학개론은 머리가 아팠고 영국문학개관은 눈이 팽글팽글 돌았습니다.
도저히 글자는 읽혀지지 않았기에 일단 책을 덮고 일주일 정도는 모든 과목에 강의를 먼저 접했습니다.
강의를 먼저 가볍게 듣고 책을 펴니 그래도 들었던 내용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출문제를 접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내린 공부의 방도는 정통학습이었습니다.
먼저 책을 열심히 공부하고 반복하고 반복하자라는 마음에 5월 2단계 시험까지 6권의 책을 3번 정도는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정도의 점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3단계 시험에 응시 할 수 있는 자격인 전 과목 합격은 받았습니다.
2단계 시험을 보면서 역시 성적은 정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3단계 시험 준비에는 보다 게을리 하지 않고 책을 체계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영어학 파트는 지금까지도 어려운 부분이었으나 그래도 재밌게 공부했던 문학 파트는 조금은 더 열성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종이에 작가와 작품을 적어 외우기도 하고 각 시대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며 작품분석을 보려고 시도한 끝에 문학 공부의 즐거움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문법과목이나 고급영어는 자신이 있었기에 영어발달사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공부했습니다.
나름대로 2단계 때보다는 전략적 학습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확연하게 점수들이 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2단계 때 보다는 전체 평균이 오른 전 과목 합격으로 4단계 응시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최종시험인 4단계는 조금 더 막막했습니다. 실은 앞에서 이미 응시했던 과목들을 다시 보는 인정시험이었지만 2과목을 병합해서 1과목 시험으로 보고 난이도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담이 컸었습니다.
2, 3단계 통과한 후라 주변에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무언가 끝이 보이는 느낌에 기분은 좋았으나 부담감이 더 커서 불합격 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상당했었습니다.
그래서 학습 중 처음으로 여러 블로그나 합격자 수기 등을 많이 찾아보다보니 불안한 긴장감은 긍정적 촉진제로 바뀌어 탄력 받고 그 어떤 단계보다 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최종 시험에서 가장 높은 평균으로 무사히 전 과목 합격이라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4단계 합격과 동시에 무한 자신감도 생겨서 나중에 또 욕심이 난다면 다시 한 번 다른 과 독학사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덕분에 주변에 독학사라는 제도에 대하여 관심도 많이 생겼고 심지어는 저에게 상담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2015 전기 교육대학원 지원하여 입학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인데 면접 시에 많은 교수님들께서 독학사에 대해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칭찬해주셔서 기쁨이 배가 되고 있습니다.
시험장에 갈 때 마다 다양한 응시자들을 보며 느꼈지만 배움에 있어서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끝낼 수 있는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큰 기쁨으로 한해를 마무리 할 수 있게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시고 기회를 얻게 해주셨던 YJ에 무한 감사를 드리며 이상으로 합격수기를 마치고자합니다.
내년을 또는 그 후를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이 기쁨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