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의 한계가 답답하다면 두드리기만 해서는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 필명

2012년도 국어국문학과 3,4단계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잘 다니던 학교를 연초에 그만두었습니다. 친구들 어른들 할 거 없이 모두 철없다 말하였지만 후회는 안 되더군요. 진정으로 하고 싶던 공부와 활동들을 하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어딘지 허전했습니다. 3년을 넘게 다녀서 6학기 동안 쌓은 공부를 아까워하는 주변의 시선도 마음에 걸리고, 대졸자도 넘쳐나는 세상에 중퇴 학력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막힘없이 해나갈 수 있을지도 조금은 걱정되더군요.


 


제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학교를 중퇴했지만 제가 원하는 곳을 위해서는 학사학위가 필요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후회는 없었지만 막막하더군요. 수능을 칠까도 하였지만 4년여의 시간이 또 걸린다는 것과 어쩌면 또 맞지 않는 공부에 매여 세월을 보낼 지도 모르는데 학비도 만만치 않아 염려가 컸습니다. 마음 한 켠에 고민을 끼워둔 채 이런저런 공부와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가 우연히 YJ학사고시를 접했습니다.


 


2단계 접수기간이 지나서야 독학사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좌절할 뻔 했지만 당시 전화상담을 했던 담당선생님께서 이미 학점이 충분하니 전공전환을 해서 3단계에 응시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덜컥 YJ회원이 되기로 결정하고 뿌듯해하다가 거대한 책 상자가 배송되어 왔을 때, 막막함에 당장 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 생생합니다. “차라리 수능을 보겠어!”답답해하던 제게, 먼저 독학사를 접했던 친구가 대학입학시험이 아니라 졸업시험인데 당연한 양이라며 기쁘게 생각하라고 다독이더군요. 반년 치를 반년에 공부하고 싶은 게 아니라 4년 치를 반년에 공부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압박감과 도전의식이 솟았습니다.


 


책이 온 날부터 바로 매일 2-3시간씩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책을 펴니 생각보다 내용이 재밌었습니다. 준비초반에 3단계부터는 주관식 배점이 높다, 난이도가 높다, 불합격자가 많다는 이야기에 기가 질렸던 기억도 납니다. 주변에서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더러는 그게 대체 무슨 시험이냐고도 하고, 어려운 시험인데 네가 될 것 같냐고도 하고. 이래저래 기운이 빠질 법도 했지만 책과 함께 왔던 응원편지와 메일로 받은 진도계획표를 보며 스스로 매일 격려했습니다. 독학의 맹점은 스스로가 무너지면 끝이기 때문에 마음잡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응원메시지는 책상 앞에 붙여놓고 수시로 봤던 것 같습니다.


 


매일 공부하면서도 실감이 안 났습니다. 교육청에 가서 학점등록을 하고 3단계 시험접수를 하고나서도 얼떨떨했습니다. 한 달 후면 시험이라는 생각에 그 때부터는 하루 4-5시간씩 공부했습니다. 밤을 새는 날도 있었고 8시간 공부하는 날도 있었지요. 주로 주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접수 전까지는 그저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정선문제집에 답을 써놓고 또 읽으면서 기본서에 없는 내용은 추가로 적어넣는 작업을 했지만, 한 달 전부터는 이제 기본서가 아니라 머리 속에 정리해넣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담당 선생님이 시험에 임박하여 응원과 함께 자료를 메일로 보내주셨었는데 덕분에 기운도 나고 긴장감을 풀 수 있었지요.


 


확실히 저는 1,2단계를 하지 않고 바로 3단계를 했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전공으로 심화를 하다보니 버거워서 중간에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생각한 적이 수십 번입니다. 읽어야하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독학사 공부에만 매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보니 몸이 피로해서 잠이 쏟아질 때도 많았지만 7번은 읽고 시험을 봐야한다는 일념으로 밤에 입으로 소리내어서 뜻도 모르는 채 울면서 낭독하던 것도 생각나네요.


 


혼자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지루해서 도저히 읽기 힘들 때는 녹음강의를 활용했고, 국어의미론 같은 경우는 강의록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하철을 타는 시간에는 YJ홈피의 과목별 요약지를 인쇄해서 들고 다니며 보았지요. 중학교 때부터 항상 책을 얇게 여러 권으로 갈라서 가지고 다녔지만 독학사 교재만큼은 분권하지 않았습니다. 분권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아껴서 책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했고, 앞뒤로 오가며 공부하게 될 때도 있었거든요. 단원별로 빨리 찾을 수 있게 라벨링을 했고, 시험범위를 인쇄해서 소영역 제목을 보고 내용을 어느 정도 기재할 수 있도록 교재를 숙독했습니다. 시험이 임박해서는 정선문제집과 컴퓨터 상으로 제공되는 모의고사도 풀어봤고요. 그러나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기본서와 강의록인 것 같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계속 읽다보면 집필하신 교수님이 이야기해주시는 것처럼 쉽게 들려옵니다.


 


3단계 시험을 치르고 고사장을 나오면서 날아갈 것 같았던 기분이 안 잊힙니다. 한국문학사-구비문학론-국어정서법-국어의미론-국어음운론-문학비평론 이 순서로 계속 반복학습했고, 의미론은 강의록 위주로 단권화했고 정서법은 정선문제도 특별히 유념해보았다는 점(다른 과목은 정선문제집을 서둘러 단권화하고 치웠습니다.), 음운론은 외울 부분인 표들을 따로 적어서 여기저기 붙여두고 자주 봤다는 점이 제 합격비결이었고요. 문학비평론은 공책을 준비해서 이론과 학자 간 관계를 정리하며 공부했습니다. 한국문학사와 구비문학론 기본서는 굉장히 재밌고 그 한 권만으로도 시험대비가 충분합니다.


 


3단계 때 진땀을 뺐지만 시험을 치고 나서 유형도 감을 잡고 나니 4단계는 나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중복되는 3단계의 2과목과 3단계 공부를 한 뒤라 한결 쉽게 느껴지던 4과목, 6과목 모두 고르게 정독하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꾸준히 3시간씩 공부했고 더 이상 밤새며 낭독하진 않았습니다. 특이점이라면 시험 3주 전부터 하루에 한 과목, 한 권 전체를 다 읽어서 6일마다 한 바퀴를 돌도록 했습니다. 4단계 준비기간에는 단권화에 목숨걸지 않고 재밌게!’를 모토로 매일 꾸준히 일정량을 나가며 공부했지요. 4단계 할 때는 제가 직접 진도계획을 세웠습니다. 한 주 한 주 목표량을 적어놓고 준비했고, 3단계 시험 때 다소 부진했던 문학비평론은 다른 과목보다 깊게 이해해서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본서를 보고 공책에 적었던 기존 방식에서 읽고 나서 빈 종이에 정리해보고 다시 첨삭하는 방식으로 공부해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독학사 취득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학사학위를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보람차게 얻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합격 후 추가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에서 학사편입과 대학원진학도 가능하고, 회사에서도 대졸임금을 받을 수 있지요. 국외에서는 잘 알아주지 않지 않느냐는 것도 옛말입니다. 외국에서 취업, 진학이 용이해지는 T1G 이민비자는 고급인력임을 증명하는 비자로, 학사이상이어야 취득이 가능합니다. 물론 독학사 합격자는 학사로 인정받습니다. 학력의 한계가 답답하다면 두드리기만 해서는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직접 열어야 열리는 것이고, 문이 열린 후에도 노력에 따라 가지각색의 열매가 열릴 겝니다. 문을 열 때, 손잡이를 돌려볼 용기를 준 인연이었기에 YJ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도전하는 모든 분들이 용기 잃지않고 건승하시길 바라며 저도 기쁜 마음으로 또다른 도전을 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