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2014년 12월 1일 아침 10시 30분 경.
이날은 춘천에 첫눈이 내려, 창문 밖 풍경이 여느 날과는 달리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마침, 학사 시험 격자 발표일이라 나는 내심(內心) 반가운 소식이 때맞춰 와주기를 기대하며 책상 앞에 앉아 책장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영어영문학 학사학위취득 종합시험에서 평균 92점을 받아 당당하게 합격을 한 것이다.
(총점합격제에 지원한 나로서는 6과목 총점<600점>의 6할<360점> 이상 득점만 하면 합격)

지난 1년여 동안 학업을 하며 얼마나, 꿈꾸며 기다려온 순간이었는가.
합격통보를 받는 즉시 나는 마음속으로 ‘그래 수고했다’라고 스스로 격려하고 축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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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간간이 고시되는 자격시험에 응시, 워드 1급과 한자 2급, 1급, 특 2급 자격을 받았다.
나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나 나름 성실한 생활을 하였다.

이렇게 지내던 중, 2013년 8월 하순경 국가에서 시행하는 독학사 학위취득시험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는 당초 품었던 중국어 과정에 들어가 보자는 희망계획을 수정, 학사시험 준비 2013년 9월부터는 시험공부만을 하는 소위 고시생의 신분으로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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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사 시험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4년제 대학에 입학하였는데, 3학년이 되어 집안사정이 어려워 돈벌이해보겠다고 휴학하고, 나중에 형편이 피면 다시 다니리라 마음먹고 학업을 중단한 채 결국 대학중퇴를 끝으로 더는 공부할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중단한 것이 평생 후회되는 일이라 늘 마음 한 구석 한이 맺혀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나이 60이 내일 모레인 느지막한 때, 그것도 나의 평생 맺힌 한(恨),
대학 졸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또한, 가족을 실망시켜 미안하고 부끄러워 무언가 나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궁리하고 노력하던 중, 대학학위시험 도전과 합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 시험은 도전 가치가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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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등으로 반드시 합격해보이리라 각오하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2014년 5월 25일 첫 시험, 2단계 시험은 6과목 모두 합격(평균 85점)!
나는 앞서 말한 대학생활에서 취득한 74학점이 인정되어, 1단계 교양과정인정시험은 면제되고 2단계 전공기초과정인정시험부터 시작되었다.
시험공부는 이곳 독서실에 비치한 와이제이 학사고시에서 출판한 참고서를 기본으로 하였다.
더하여 영문고전소설을 원본과 번역본 입수 되는대로 틈틈이 읽고 학업에 보충하였다.

이어, 2014년 8월 10일 3단계 전공심화과정인정시험,
이때는 2단계 시험 마치고 2개월 남짓 지나 시해오디는 것이라 공부시간이 모자라 쩔쩔 매었다.
2단계 시험 공부하면서 3단계 과목도 병행했어야 했는데 후회막급이었다.

공부할 수 있는 처지가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한다고 마음을 다 잡고, 룸메이트에게 부탁하여 거실에서 TV 시청을 끊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니, 주말과 공휴일 학업량이 엄청나게 늘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전 과목 완독을 할 수 있었다.

시험 성적은 6과목 전 과목 합격(평균 89점).

이런 식으로 2.3단계를 통과하니, 이제 남은 1.2.3단계 종합시험성격인 4단계 시험은 무난히 합격하리라 자신이 생겼고, 선택과목 중 국사에 주력하며 나머지 과목을 잘 정리하면 고득점도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의욕을 불태우며 열심히 하여 평균 92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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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험 준비기간을 돌이켜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이 그대로 적중, 그렇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면서 과연 내가 1년 만에 전 과정 다 통과할 수 있을까,
1년 안 스트레이트 합격은 드문 일이라는데 나이 60이 다 되어 과연 기억력은 제대로 가능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하였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있다’고 다짐하고 ‘꼭 해야만 한다.“는 각오로 더위와 싸우고 나태한 마음과 잡념을 떨쳐내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
그랬더니 나의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였던지, 내가 짐작하지 못한 주위의 배려와 응원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던가?
그리고 꼭 해내고야말겠다는 강인한 의지는 나도 모르는 잠재력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뜻있고 떳떳한 일에 진지하면 신의 기회가 틀림없이 따른다고 믿어진다.
거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태자.

이런 가운데 조용히 나를 응원한 가족, 함께한 동료들의 배려, 학업환경조성에 각별히 신경써준 주위의 도움이 나의 도전에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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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더 감회에 젖는다.
나의 평생의 한, 못 다한 대학졸업.
이것을 뜻하기 않게 그 응어리를 풀게 되다니...
더구나 60이 다 되어 늦게라도 기회가 온 것은?
인생은 끝없는 여행, 쉼 없이 흐르는 강물.
죽는 그 날이 오기까지 중도 포기할 필요가 없는 것, 희망의 끈을 놓치 말자.
지금 바로 이 순간 실의를 떨치고 일어나 도전하라.
성실하게 노력을 하는 자에게 노력한 만큼 보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는다.

이번 학사시험준비과정에서 갖게 된 귀중한 경험,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젠 언제든 건강과 기타 여건이 허락하면 대학원 진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자신감이 새로이 돋는다.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건승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