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흔 여섯 인데 올해 학사가 되었습니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들은 20대 중반이 되면 대학을 졸업하지만 저는 좀 늦었지만 의미 있고
값진 학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뛰노는 것은 좋아하지만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늘 선생님께 꾸중을 듣던 학생이었고 급기야는 중학 2년에 학업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사회생활과 저의 삶에서, 저는 최종학력 중학교 중퇴라는 꼬리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낯선 환경과 냉혹한 현실에 내몰리다보니 저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질 때로 떨어져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허무함에 그야말로 의욕상실이 극에 달해 있었는데 그때 검정고시를 해서 중.고등학교 졸업학력 자격이나 얻어서 자존심의 보상이나 좀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8개월이나 1년이면 합격 한다는 검정고시를 저는 2년이나 걸렸으니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학창시절 꼴등만 하면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던 저에게는 사투와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루 5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으면 3시간은 졸고 1시간은 공상에 사로 잡혀 있었으니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육체적 피곤함도 남들보다는 더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년의 시간동안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그 후 10년을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에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학사고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다보니 10년을 목표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만 매일 그저 그런 지루한 일상을 보내며 지쳐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TV에 학사공부 하는 할머니의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고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지 말고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까지 만해도 대학공부는 머리가 좋고 공부 잘 하는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했고,
나처럼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자타가 공인하는 돌머리가 학사고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전공과목 시험도 평점 80점 정도로 합격했습니다.

학사고시에 합격한 전후에는 너무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단 최종학력이 대졸과 동등한 학력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자존감도 높아졌고 예전에 느꼈던 열등감 내지 자격지심 같은 ‘돌머리’, ‘공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어디 갔는지 찾아볼 수도 없고 가장 큰 변화는 그 어떤 책이라도 읽으며 책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이제 저는 국가에서 인정한 국어국문학과 학사니까요.

공부하는 김에 이번에는 법학과에 한번 도전해 볼까합니다.
왜냐면 저는 이제 학사니까요.
학사!!!!!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