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독학사 과에 응시원서를 접수했을 때는 특별한 이유나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막연히 남들 다 하니까, 시간도 많은데 한번 해보자는 식이었습니다.

시작이 시시했으니 과정이라고 특별히 재미있거나 열정을 쏟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재를 읽고 있으면 몰라서 집중이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 잡생각만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응시 첫 해에는 시험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다음에 좀 더 준비해서 신청할게”라고 독학사 시험을 같이 준비한 친구들에게 변명을 하고 나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였지만 어쩐지 마음속 찜찜함을 털어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시험을 포기한 그날 오후에 친구들을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시험장에서 돌아와서는 서로가 시험을 잘 봤네, 못 봤네 수선을 떨면서도 웬일인지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고 눈빛은 반짝반짝 거리는 게 그 동안 내가 보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저의 어리석음에 후회했고, 공부를 하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단단히 마음을 고쳐먹은 저는 이후 하루 몇 분이라도 꾸준히 책을 보는 습관을 들였고 모르는 게 나올 때면 앞서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묻기도 하면서 차츰 공부라는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