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지 않으면 수확할 것이 없다.”
살면서 항상 마음속에 간직한 말이다. 열매를 맺는 것이 비단 곡식뿐일까. 미시적으로는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확대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고 한다. 최선이든 최악이든 그 결과가 열매와 같이 책임은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것이 나 혼자만의 바램은 아닐터.

이상의 「권태」라는 수필을 읽고 내 삶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마을이 극도로 가난해 길가에 주워 먹을 것이 없어서 돌아다니지 않는 개의 모습. 오지라서 마을에 찾아오는 낯선 사람이 없어서 개의 본분인 짖는 것을 잊고 사는 개의 일상.
길지도 않은 짧은 단편 수필에서 목적도, 의지도 없는 개의 일상에 내 모습이 겹쳐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면서 내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중요한지 의식하지도 못하고, 알려는 의지도 없는 그저 매너리즘에 빠져 삶을 소비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남은 삶이 신이 내게 보너스로 준 시간이 아닌데, 내 생명이 녹아있는 삶의 일부인 것을 생각하니 후회에 앞서 화가 났다.
‘이것은 아니지 않은가?’, ‘복날만을 기다리는 개와 무엇이 다른가?’
내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세상에 대해서 더 알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 들었던 말 중 ‘공부를 왜 하는가?’라는 의문에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말이 실증되는 계기가 됐다.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본질을 알고 치우침이 없는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는가...

비현실적이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시절에 다시 설 수 있다면 선한 열매를 맺는 선택을 했으리라...
공부의 장소가, 배움의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듯이.. 하면 된다! 공부를 통해 빈곤한 경험을 채우고 인식의 세계를 넓힌다면 얼마든지 의식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낮에 일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주경야독의 생활. 어렵고 힘들지만 ‘배움의 즐거움만 한 것이 없다’라는 선현의 말씀을 믿고 독학사 시험에 도전하였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의지로 학위취득에 성공.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물론,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학위취득이라는 결과도 좋지만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된다. 목표와 의지가 있기에 생각과 생활양식이 바뀌어 앞으로 나아갈 힘을 갖게 됐다. 목표의식과 의지의 실현은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가능케 하는 자신감을 갖게도 해주었다.

결과는 부수적인 것. 인생도 그렇다. 최선을 다한 하루하루의 삶은 결코 후회되지 않는 인생이 될 것이다.
삶의 저만치에서 수확을 생각하는 농부의 마음.
지금! 우리 자신에게 씨를 뿌려야 하지 않을까...